미얀마 현대미술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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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 Zaw Win Pe, Htoo Aung Kyaw, Chan Aye, Htein Lin, Khin Maung Yins, Aung Zaw, Aung Myo Oo, Aung Myint, Kyaw Lin, Aye Nyein Myint, Thar Gyi.
K&L 뮤지엄은 2025년 2월 미얀마 현대미술 특별전, <금빛 땅의 유산: 포용의 어머니>를 선보인다. 2024년 광주비엔날레 미얀마 파빌리온에서 K&L 뮤지엄의 기획으로 한차례 선보였던 본 전시는 보다 다양해진 작가들과 한층 더 풍부해진 내용으로 K&L 뮤지엄 공간 안에서 다시금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미얀마가 포용하는 자연 환경, 전통적 문화, 자유 의지를 향한 민족적 정체성을 표상한 예술 작품들을 통해 생명의 근원을 상징하는 ‘어머니’라는 단어가 품는 깊은 은유적 의미를 비추어 보고 미얀마 현대미술 작품들을 통해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국가의 근간과 모태의 뿌리에서 동시대로 이어지는 역사적, 사회적 양상을 탐험하고,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미얀마 미술의 독자적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짚어본다.
1. 미얀마의 자연과 종교적, 문화적 역사
너른 평지와 역동적 산맥, 서남땅 전체에 맞닿은 해변과 일 년 내내 온화한 기후까지, 미얀마의 자연은 그야말로 너그럽고 풍요로운 어머니의 품과 같다. 풍경회화 작가 Zaw Win Pe 의 작품속에는 미얀마의 14개 주의 지역적 특색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작가 개인의 감정으로 이어지는 유기적 과정을 추상과 구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이미지와 풍부한 색채, 그리고 두꺼운 질감을 통한 진지한 회화성으로 생생하게 표현된다. 미얀마의 뜨거운 햇살 아래 피어나는 고유 자생화의 아름다운 모습을 화폭에 담는 Aye Nyein Myint는 숙련된 회화적 기법으로 꽃과 줄기의 여성적 곡선 형태와 터지는 듯한 색감을 탁월한 사실주의적 표현으로 구현한다.
이러한 모태와 같은 땅과 자연에 미얀마 고대 첫선주민인 쀼 족과 몬 족이 자리를 잡았던 그 시작부터 미얀마의 불교 문화는 그 어느 곳에서보다 깊고 진지하게 뿌리내려 왔다. 특히 미얀마의 불교는 2500 년 전 부처의 가르침을 변함없이 스스로 엄격하게 수행하는 테야와다 불교신자들의 독실한 믿음에 깊숙이 새겨져 왔고 현재까지도 참선과 기도, 명상을 통해 미얀마 국민들의 일상에 스며 있어서 그들의 삶 속에서 평화와 희망의 원천이 된다. 동남아시아의 인도차이나반도 내 가장 면적이 큰 미얀마의 아름다운 땅에서 미얀마 사람들이 오랜 시간 숭고한 믿음으로 자연스럽게 만든 문화적 발자취는 그들이 공들여 쌓은 금빛 파고다처럼 모든 미술, 공예, 건축 등 민족의 예술적 삶 자체에 녹아 있다. Htoo Aung Kyaw 의 작품 속에서는 온화하지만은 않은, 강경하고 실존적인 부처의 모습과, 에너지 또는 아우라를 연상시키는 듯한 추상적인 색채표현이 돋보인다. 작품을 통해서 작가는 부처의 가르침과 철학을 존중하면서도 종교적인 신념 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서 불교가 품고 있는 다양한 원칙들, 즉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서 삶에 대한 뚜렷한 목적과 열정, 그리고 신념에 집중 하며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불교의 철학과 개념을 시각적 언어로 공유한다. 조각, 설치예술, 회화 등 광범위한 작업 세계를 펼치는 Chan Aye 는 미얀마 사원의 벽화나 동굴 벽화 도상을 참조하여 독특한 작품 언어를 구축한다. 관람객에게 직접적인 답을 제시하기 보다는 질문을 제기하도록 유도하는 그의 작품은 종교적 사유, 개념, 시간, 인간의 희로애락과 같은 비물질적 주제를 탐구하며 나무, 대리석, 유리, 사암 등의 재료를 통해 구체화함으로써 독창적이고 심미적 의미가 담긴 작품을 만들어낸다.
2. 미얀마의 민족적 배경 및 사회적 현상
전체 국가의 70%를 이루는 버마족을 비롯한 135개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 미얀마는 각 민족의 고유 문화, 생경하고 다양한 지역적 특색을 통해 보물상자 같은 매력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데, 한편으론, 이러한 민족적 특성으로 인해 오늘날에도 크고 작은 분쟁으로 아픔을 겪고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리적 조건과 역사 속에서 인간이 태어나 대립, 성찰, 그리고 융화를 거쳐 성장하듯 민족적, 국가적 차원에서 오롯한 그들만의 평화의 존립을 향한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회화, 조각, 설치 및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험적이고 감각적인 예술을 펼치는 Htein Lin 은 일상적이고 흔히 보이는 사물들을 활용하여 창작활동을 계속해 왔다. 자유로운 사고와 창의성, 사회를 향한 헌신, 개인의 의지, 관점과 비판, 상호성 등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해학적이고 재치있게 다루는 그의 작품에서 미얀마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의 양상과 특성을 은유적으로 느낄 수 있다. Zaw Zaw는 다양한 매체와 기법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시각언어를 통해 사회문화적 이야기를 전달한다. 선구적 예술가이자 평화의 상징인 비틀즈의 존 레논(John Lennon)의 정신을 기리는 헌정작품은, 사랑과 화합에 대한 그의 메세지에서 영감을 받아 예술이 지닌 시대를 초월하는 영향력을 조명하는 동시에 변화의 움직임을 일으킬 수 있는 예술의 힘을 강조한다.
3. 동시대 미술의 맥락 속 미얀마 현대미술
미얀마 현대 미술운동의 1세대를 이끈 핵심 작가인 Khin Maung Yin은 마치 숨 쉬듯이 자연스러운 붓질과 기분 및 상태에 따라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추상회화를 통해 예술을 통한 자유로운 표현을 나타내며 미얀마의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표를 펼쳐 보였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미얀마의 미술은 그들만의 독특한 자연적, 종교적,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고 사회적 통찰을 날카롭게 담아내기도 하며 동시대 미술사의 흐름을 따라 포스트 모더니즘의 굵직한 흐름인 개념미술, 미니멀리즘 등을 폭넓게 아우르고 동시에 독자적으로 참조하여 미얀마만의 개성을 함축하는 미술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미얀마의 또다른 추상화가 Aung zaw의 작품은 전통적인 방식이나 표현기법에서 벗어나, 매체와 재료의 특성에 집중함으로써 회화의 본질을 탐구한다. 그의 작업은 현대적인 시각으로 미얀마 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주며, 행위 자체를 통해 본능적이고 진솔한 시각적 언어로 관객과 소통하며, 가감 없는 진정성을 전달하고자 한다. Kyaw Lin의 풍경화는 사실적 재현보다는 감각적 실험의 산물로, 선, 형태, 색채, 패턴을 감정적으로 구축한다. 자연주의적 접근 보다는 기하학적 구성과 직선적 요소, 모티프를 활용하여 조형적 탐색을 통해 정물화의 전통적 개념을 해체하고 회화적 구조와 감성적 표현 사이의 긴장감을 조율하는데 집중한다. 미얀마의 미니멀리즘 회화를 대표적인 작가 Thar Gyi는 창밖의 풍경이나 루비 목걸이와 같은 전혀 예기치 못한 대상에서 미니멀리즘 적인 단순미를 발견하고, 이를 대담한 가로 방향의 반복적 선율로 변환하여 추상적으로 표현한다.
4. 민족의 정체성과 연대, 어머니로서의 미얀마
모든 것의 시작에는 숭고한 어머니의 품과 같은 땅과 자연이 있었다. 그곳에서 자리 잡았던 민족의 씨앗은 문화와 역사를 만들었고, 미술은 그 깊은 시간의 무게를 담아내며 세대를 거듭하는 세월을 따라 미얀마 사람들 곁에 함께 해 왔다. 미얀마의 가장 전형적인 가정집이나 미얀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찰 등 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Aung Myo Oo의 미니어처 작품에서는 가족과 세대 간 이야기가 축적되는, 더 나아가 민족의 문화적 전통이 전수되는 장소로서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미얀마의 전통 건축물을 엿볼 수 있다. 가족,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보존하는 장소들의 재현을 통해 작가는 미얀마 만의 독특한 건축양식과 의례와 관습까지 유추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Aung Myint의 “Mother and Child” 연작시리즈에서 보여지는 아이를 끌어 안은 포용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상실과 그리움, 그리고 사랑과 평화를 느낄 수 있다. 포용의 어머니는 삶의 갈등과 비극에 직면할 때 오히려 더 큰 희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묵묵히 가정을 지켜온 수호자와 같은 존재를 상기시킨다. 생명의 근원인 어머니 로서의 미얀마, 그 품 안에서 풍요롭고 화목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염원과 희망은 민족의 연대를 강화 시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