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DING THE ASHES: TALE OF RENEWAL: 클라우디아 콤테 개인전

2 September 2024 - 30 January 2025
Overview
K&L 뮤지엄은 스위스의 현대미술가 클라우디아 콤테(Claudia Comte)의 국내 첫 기관 개인전 《재로부터의 부활: 재생의 이야기(Ascending the Ashes: A Tale of Renewal)》를 선보인다. 본 전시에서는 미술관 전 층을 아우르는 작가의 신작 조각, 대형 흙 벽화 및 바닥 그래픽으로 구성된 거대한 장소 특정적 몰입형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각각의 요소들은 예술과 생태의 융합에 대한 콤테의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예술에 대한 작가의 다학제적 접근 및 환상적인 환경을 통해 기후변화와 생태계 보존과 같은 긴급한 문제들을 다루고자 하는 작가의 바램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독일의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조크(Werner Herzog)의 다큐멘터리 〈인투 디 인페르노(Into the Inferno)〉(2016)로부터 출발했는데, 이는 저명한 화산학자 클라이브 오펜하이머(Clive Oppenheimer)가 활화산의 매력과 위력을 탐구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개봉 당시 아름다운 영상미로 큰 찬사를 받았던 해당 다큐멘터리는 활화산 지대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공동체와 문화를 들여다보는 동시에 화산 현상의 장엄함과 복잡성을 다루고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콤테는 화산이 자연경관, 인류문화, 환경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는 데 끼치는 영향을 탐구하고자 화산 활동과 전 세계 생물 다양성 및 환경의 지속가능성과의 연관성을 연구해왔고 결과적으로 전시장에 설치된 작가의 작업 역시 자연 속 창조와 파괴의 순환적 본질을 강조하며, 지질학적 힘과 생태학적 회복력 간의 섬세한 균형을 드러낸다. 
콤테의 설치 작업에서 중심적인 요소인 대형 바닥 그래픽은 맹렬하게 흐르는 용암의 모습을 극사실적으로 담고 있는데, 이는 최신 3D 시뮬레이션 기술을 이용하여 실현된 작업으로 미술관의 여러 공간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 바닥까지 작품의 일부로 표현하면서 작가는 용암의 물리적인 힘과 압도적인 역동성을 극대화한다. 강렬한 빨강과 주황으로 뒤덮인 바닥을 둘러싼 미술관 벽면에는 흙을 이용해 만든 벽화가 자리잡고 있다. 바닥과 상반되는 이미지로 일정한 곡선을 반복하는 벽화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은 산경과 평온함을 간직한 잔잔한 물결을 상상하도록 유도한다. 작업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기하학적 요소는 작가의 대표적인 시각언어이자 자연에서 유래한 문양을 과학적 접근으로 재해석한 결과이다. 
 
이러한 엔트로피적 환경 곳곳에는 화산 지대에 자생하는 나무와 생물들을 정교하게 묘사한 신작 조각 연작이 자리하고 있다. 바젤 자연사 박물관에 보존된 박제 표본을 3D 스캔한 후 검은색 마르퀴니아(Marquinia) 대리석으로 제작한 5점의 조각은 격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유지되는 생명의 강인한 회복력을 전달하려는 듯이 고요하면서도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각각의 조각들은 불타버린 나무 그루터기 위의 이구아나, 일부가 벌목된 나무에 앉은 벌새, 돌 위의 죽은 물고기, 풍화된 유목 위에 앉은 멸종된 황금두꺼비 한 쌍, 그리고 땅에서 솟아오르는 매머드의 엄니를 묘사하고 있다. 
 
이 중 기후변화로 멸종한 최초의 동물로 알려져 있는 황금두꺼비는 생물 다양성 감소를 상징하며, 매머드 중 털매머드는 초기 인류의 사냥, 이주와 확장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 및 질병 노출 등 복합적인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해 멸종된 대표적인 예시로 언급되며 지금까지도 학계 담론의 주제가 되어왔다. 
 
반면, 미술관을 들어오면서 처음 마주하게 되는 별도의 소규모 부스공간에는<디 어스 룸 (정글 회화작품 과 다섯개의 대리석 캔) ((The Earth Room (Jungle Painting and Five Marble Cans))>을 선보여 관람객을 맞이한다. 콤테는 박물관 입구의 유리창 공간을 거의 완전히 흙으로 채워, 월터 드 마리아(Walter de Maria)의 미니멀리스트 흙 조각에 대한 미묘한 오마주를 보여준다. 이 흙 덩어리 위에는 그녀의 <정글 페인팅 (Jungle Paintings)> 시리즈의 신작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는 벨기에의 만화가 앙드레 프랑캥(André Franquin)의 시각적 언어에서 영감을 받아 인간과 산업적 요소를 모두 제거하고 자연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선적 형상만을 집중 묘사 한다. 이러한 최소화 된 표현방식은 자연 환경을 중심 주제로 강조하며, 전 세계적으로 빈번히 발생되고 있는 산불에 대한 위험성을 상기시키는 붉은색에서 노란색으로의 그라디언트(gradient)를 통해 더욱 선명하게 나타난다. <디 어스 룸>의 설치작업은 또한 대리석으로 조각된 다섯 개의 조각작품으로 더욱 풍부해지는데, 이 조각들은 알루미늄 음료 캔의 과장된 크기로 만들어져 흙 위에 놓여 있다. 
 
자연과 인공적인 요소를 콤테의 예술적 속임수로 융합 시키며 조각들은 소비 문화를 상징하고, 날것의 흙과 대비되어 인간 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하며, 예술, 자연, 현대사회의 결과를 반영한다. 미술관 3층에 위치한 카페와 서점 사이에는 두 개의 <정글페인팅 (Jungle Paintings)> 작품이 추가로 설치되어 있다 전시장을 구성하는 용암, 흙, 생물, 숲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은 화산 활동이 지상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둘 간의 상호작용 및 공생관계를 동시에 피력한다. 화산은 분화 시 터져 나오는 용암으로 나무를 포함한 모든 생물을 불태우거나 화석화 시키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는 반면, 비옥한 토양과 독특한 생태계 형성을 촉진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편, 콤테의 이번 개인전은 단테가 『지옥(Inferno)』에서 육체적, 영적 지옥을 통과하는 여정을 묘사한 것과 유사한 맥락에서 구원이나 갱생을 향한 여정 혹은 빛을 찾는 탐색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단테의 여정을 작가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이번 전시는 인간의 경험에 대한 일종의 알레고리로 작용하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인류세 시대의 복잡성과 역설을 마주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콤테의 '인페르노'와 마주한 관람객들이 지질학적 순환의 경이로움과 파괴 사이를 무한히 오가는 경험을 얻기를 기대한다. 
 
Installation 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