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 the Tree Trunk: Billy Bagilhole and Mark Sengbusch Two-Person Exhibition

28 March - 23 June 2024
Overview

K&L 뮤지엄은 3월 28일부터 6월 23일까지 각각 런던과 뉴욕을 기반으로 작업세계를 활발히 펼치며 활동중인 빌리 바길홀(Billy Bagilhole)과 마크 생부쉬(Mark Sengbusch)의 2인전을 개최한다. 따뜻한 봄의 시작을 알리며 열리는 이번 전시 <Under the Tree Trunk>는 모호하게 남아있는 어린시절의 기억에서 파생된 아름다움과 감각의 세계 깊숙이 자리잡은 색과 형태의 무한한 가능성을 내비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젊은 감각과 새로운 시각으로 예술의 의미를 탐구하는 동시대 신진 작가들의 다채롭고 경쾌한 회화, 드로잉, 입체 작업을 통해 순수한 예술적 열정을 공유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따뜻한 감상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유년시절의 경험을 통해 중첩된 기억들은 무의식 한 켠에 남아 현재와 미래의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다. 지금도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확장중인 과거의 작은 씨앗들을 찾아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두 작가들의 예술적 여정을 탐구하며 관람자 또한 나무 밑에 깊숙이 숨겨둔 소중한 기억을 찾는 여정이 되기를 희망한다.

 빌리 바길홀의 화면에는 인물의 형상과 표정, 일상의 소재들, 그리고 강아지 등의 동물 형상이   마치 벽화에 그려진 낙서 속 그림과 같이 불규칙적이고 자유롭게 펼쳐져 있다. 어린시절 떠나 보낸 아버지가 남긴 모호한 기억의 조각들은 바길홀의 작품이 내뿜는 독특한 아우라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바길홀은 유년시절, 벽화 아티스트였던 부친의 작업들 속에서 다채로운 이미지, 환상적 색채와 표현들을 접하며 자연스럽게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를 품게 되었다. 그러나 이후 갑자기 겪게 된 아버지와의 이별은 어린 바길홀의 기억에 깊은 상실을 남겼고 동시에 부친의 작업들로 기억에 새겨진 풍부한 이미지들은 모호하면서도 아름다운 잔상들로 남게 된다. 작가는 이후 가족, 옛 연인, 애완동물 등 애착하던 대상의 죽음이나 이별을 경험하며 ‘사라지는 관계’, 상실에 대한 개념을 다소 이른 시기에 생각하게 되는데, 대상의 상실과 그리움, 기억에 대한 고찰은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성찰이 가능하도록 이끌어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몽환적이면서도 순수한 드로잉, 회화 작업 세계를 통해 끈임 없이 이어지는 새로운 삶의 시간과 만남, 마주하게 될 인연들에 대해 긍정적 기대와 가능성을 탐구하면서 역동적인 삶의 움직임과 에너지, 일상의 아름다움에 더욱 귀를 기울인다. 바길홀의 작업 속에는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마주하는 모호한 우울감과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의지와 희망이 함께 엿보인다.

마크 생부쉬는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나무블록, 부모님의 사업을 통해 접한 80년대 가구, 건축물, 90년대 팝 문화, 그리고 아타리와 닌텐도와 같은 비디오 게임 등으로부터 영감 받은 형태와 색채를 활용해 독창적이고 유기적인 작품을 창조한다. 그의 수채화 드로잉과 회화 작업에는 마치 매듭 고리를 연상시키는 형태가 연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화면 끝까지 해체되지 않은 채 끝없이 이어지는 무늬에는 마치 경계선 바깥으로 펼쳐지며 사방으로 뻗어 나아갈 것만 같은 유기적이면서도 무한한 확장성이 담겨있다. 연두색, 하늘색, 분홍색 등 어린아이의 장난감을 연상케 하는 원색들과 미국 전통(포크) 의상 속 톤 다운(muted)된 색들이 만나 순수하면서도 차분한 아우라를 형성한다. 약 20년동안 주로 회화와 드로잉에 전념하던 생부쉬는 2017년 아부다비와 교토를 방문하여 마주했던 건축물과 사원에 영향 받아 건축적인 형태의 조각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생부쉬는 목재 합판으로 제작된 그의 입체 작업은 이음새에 못이나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고리와 조립식 구조로 제작한 뒤 각 합판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낸다. 인위적인 접착과 고정을 의도적으로 지양하고 각 부분의 상호 관계를 심도있게 고려한 생부쉬의 작업은 작가만의 독자적 방식으로서 조형성 뿐 아니라 유기적이고 상호 협력적인 ‘관계성’을 시사한다.

이따금 외롭기도, 고되기도 했을 과거는 돌이켜보면 파편화된 기억의 조각들로, 때로는 지금 이 순간을 영위하는 선택과 영감의 원천들로 파생되어 우리의 내면 깊숙이 남아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정보의 지배하에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들을 마주하며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축적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기억’을 되짚어 볼 여유조차 없다. 잠시 ‘멈춤’이 필요한 이 시점에서 <Under the Tree Trunk>라는 제목이 주는 의미 그대로 나무 그루터기 아래서 휴식을 즐기는 것과 같이 순수했던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복잡한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편안하게, 그리고 천천히 전시를 감상하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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